위기관리, 방어보다는 소문을 내야 할 때도 있다
조직의 위기는 흔히 제품이나 서비스의 결함, 경영 과정에서의 부조리 등 부정적인 이슈에서 오는데요. 웬만큼 시스템이 갖춰진 조직에서는 위기 관리를 위한 장기적이고 일관된 계획과 양식을 가지고 PR 활동을 하게 됩니다. 이것이 위기 커뮤니케이션입니다.
내부적 요인이든, 외부적 요인이든 일단 부정적 이슈가 생기면 인터넷이나 소셜 미디어를 타고 일파만파 퍼져 나갑니다. 이 때 이미지 실추를 최소화하고 공중을 이해시키기 위한 기업들의 커뮤니케이션은 여러 가지 양상으로 나타납니다.
그런데 보통 위기관리는 위기 자체에 포커스가 맞춰진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위기관리 전략도 위기에 대한 방어기제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기 상황에 대해 그런 일이 없다고 부정하거나, 다른 곳에 책임을 전가하거나, 우연한 사고로 간주하거나, 나쁜 의도는 없었다거나, 별 일 아니라며 축소하는 전략까지 다양하죠. 하지만 위기를 축소하고 은폐하려는 방어적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사용할수록 조직에 대한 공중의 신뢰가 급격히 떨어지게 됩니다.
이와 관련해, 위기 관리에 대한 역발상을 해 보면 어떨까요? 위기를 감추는 데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방향으로 말입니다. 위기가 될 수 있는 상황을 오히려 널리 알려 기업과 제품 이미지를 다시 한 번 각인시킨 사례를 하나 살펴보겠습니다.
‘뚜껑 훼손된 까스활명수 절대로 먹지 마세요!’
2010년 1월 2일, ‘까스활명수’를 판매하는 동화약품에서는 ‘뚜껑 훼손된 까스활명수를 절대로 먹지 말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경북 칠곡 지역에서 이물질 주입이 의심되는 까스활명수가 발견되었는데 유통 과정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으나 누군가 의도적으로 주사기로 독극물을 주입하여 경찰이 조사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죠. 주민의 신고로 인명 피해도 없었고, 해당 제품도 되었다고 하는데요. 개인이 까스활명수를 사적으로 부적절하게 이용한 것이라 엄밀히 따지면 동화약품의 책임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동화약품의 윤도준 회장은 혹시라도 독극물이 든 까스활명수를 마시고 봉변을 당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를 홍보팀에 요청했다고 합니다. 기업의 대표가 위기 관리에 전면적으로 나서고, 솔루션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데요. 동화약품에서 배포한 이 보도자료는 언론사뿐 아니라 전국에 있는 약국에도 배포되었습니다.
‘우리 잘못이 아니니 됐어’ 하고 넘어가도 동화제약에 책임을 물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동화약품은 누구의 책임을 묻거나 주사기에 독극물을 주입한 사람에 대한 비난 여론을 조성하기보다는 소비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오히려 이 위기를 신속하게, 널리 알렸습니다. 그렇기에 동화약품의 위기관리는 모범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조직이 자신에게 닥친 위기를 알리고 싶겠냐마는, 때로는 위기 앞에 정직해져야 할 순간이 오기 마련입니다. 특히 요즘같이 정보의 확산 속도가 빠르고, 공중들의 인식 수준이 높아진 시대에는 더더욱 그렇겠지요.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위기 관리에 대한 역발상과 진솔한 태도가 요구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