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트로 감성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뉴트로는 과거를 파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빌려 ‘현재’를 파는 것입니다.
즉, 뉴트로는 재현이 아니라 해석입니다.
밀레니얼 세대가 주도하는 뉴트로 트렌드는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
두 개의 상충하는 가치를 접목하며
독특한 스토리와 감수성을 낳고 있습니다.
복고에서 말하는 과거는 정확히 언제를 말하는 걸까요?
통기타와 장발 그리고 과한 화장과 어깨뽕이 난무하는 7080년대가 생각나시나요? 그렇다면 당신은 40대이상일 확률이 높습니다. 그렇지 않고 90년대가 떠오른다면 2030세대일 확률이 높고요. 응답하라 시리즈 덕에 이제 복고풍하면 7080 뿐만 아니라 90년대 후반이 많이 떠오르는데요.
돌아온 복고 ‘레트로(Retro)’, 새로운 복고 ‘뉴트로 (New-tro)’
네. 패션이나 인테리어에서 레트로란 60-70년대를 연상케하는 그 무엇이었습니다. 복고풍 패션에는 미니스커트와 장발과 하이테크(?)한 의상들이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몇 년 전부터 한국에 불어닥친 복고는 60년대와 70년대를 특정하지는 않습니다. 80년대와 90년대가 더 많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복고풍이나 레트로나 다 같은 말인데요. 요즘에는 뉴트로란 용어도 쓰죠. 사실 뉴트로도 복고풍을 말하는 것입니다. 새롭게 느껴지는, 새롭게 해석된 복고풍을 뉴트로라고 합니다. 결국은 이것도 마케팅 용어나 다름없습니다. 언어도 유행을 탑니다. 패션이나 뷰티 그리고 식음료를 비롯한 소비재에서는 옛날 것들을 소환하면서 조금이라도 더 ‘힙’해 보이려고 “뉴트로”란 용어를 쓰는 것 같습니다.
젊은 세대가 열광하는 뉴트로?
작년에 에버랜드에서는 1990년대에 전성기를 보낸 가수 김완선과 뉴트로 콜라보를 진행해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했습니다. 영상을 보면 80년대 후반을 연상하게 하는 의상과 무대세트에서 컬러풀하고 퇴폐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데요. 유튜브 공개후 한달만에 80만 조회수를 달성하고 2020년 2월 현재는 2백만 뷰를 넘어섰는데요. 기존팬 이외에도 90년대 가수를 모르는 젊은층이 반응을 했습니다.
특허청의 최근 10년간의 상표 출원을 분석해보면 복고풍 이름을 가진 음식점 등의 상표출원이 최근 4년간 2배 이상이 증가했다고 합니다. ‘태극당’처럼 오래된 느낌의 상호가 더 ‘힙’하다고 생각하나 봅니다. 과거 보리차나 물을 담아 마셨던 델몬트 유리병도 2019년에 재탄생했다고 하는데요.
복고는 그 시대를 산 사람에게는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편안함을 주는데요. 그 시대를 살지 않은 젊은이들은 무엇을 느낀 걸까요? Z세대가 느낀 감정의 실체가 뭔지 알 수 없다면 뮤직비디오를 하나 더 보겠습니다.
영화와 뮤지컬로 제작되어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아바의 ‘맘마미아’입니다. 이 노래가 나올 당시의 유행하던 ‘퀸’같은 락 그룹의 ‘Hotel California’ 같은 곡을 생각해보면 우울하거나 감성적인 노래 혹은 강한 락이 대중의 취향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바는 어떤가요? 그 당시 세대흐름과는 굉장히 동떨어졌죠. 지금 봐도 굉장히 색다릅니다. 의상, 노래, 카메라 연출…. 외계인이 부르는 것 같은 이 낯선느낌은 뭘까요?
이렇게 굉장히 이질적인 무언가를 젊은이들이 레트로에서 느끼는 게 아닐까요? 이 이질감을 독특하고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오리지널리티를 강조하고 싶은 기업들
젊은이들이 힙하다고 느끼는 것에 맞물려서 기업들은 자신들의 정체성과 역사를 뉴트로로 표현하고 싶어하는 거 같습니다. 라벨이나 패키지 디자인에 반영되는 것들이 눈에 보입니다.
지평생막걸리는 2015년 리뉴얼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1925년부터 이어져오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담는데 중점을 두었다고 합니다. 양조장 현판 서체를 떠올리게 하는 제품명 폰트도 브랜드 정체성을 표현하고 있다고 합니다.
참이슬로 젊어졌던 진로가 2019년에는 ‘진로’라는 옛 디자인을 복원했는데요 젊은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았다고 합니다. 1970년대의 하늘색을 재현하고 한자로고를 새겼는데요. 5060세대의 향수를 자극하고 2030에게는 신선함을 주었다고 합니다.
본격 뉴트로 감성?
얼마 전에 ‘이밥차’와 ‘미원’이 함께 레시피북을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간을 잘 맞출는 비법’과 ‘감칠맛을 더하는 방법’이 들어있다고 합니다. 2030에게는 이색적으로로 다가오고 5060에게는 추억으로 다가올 메뉴는 뭘까요? 오일 파스타에서 분홍 소시지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요리가 있다고 하니 궁금해지네요.
경제 불황이 깊어질 수록 찾아온다는 복고. 그래서인지 이번 복고는 오래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도 있습니다.
참고:
『트렌드 코리아 2020』,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
[디지털조선]예스러운 디자인 속 ‘힙한’ 감성…젊은 세대 사로잡은 ‘뉴트로 디자인’ 주류
[조세일보] 대상 ‘미원’, 뉴트로 감성의 레시피북 ‘미원식당’ 출간